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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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부 입김 강화… 남북 갈등조장 속셈?

정찰총국 소행 이라면 왜…
대청해전 패배로 실추된 군 사기 진작 노림수
사건 초기 원인·배후 안드러나 일단 작전 성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정찰총국이 주도한 소행으로 확인된다면 북한 군부의 입김이 강화되는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보다 오히려 갈등 국면을 조장하겠다는 ‘계산’으로 비쳐질 수 있다.

표면적인 이유로 북한은 천안함 타격을 통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의 패배로 실추된 군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청해전 발발 3일 뒤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우리 군에 보낸 통지문에서 ‘무자비한 보복’을 언급했던 만큼 그들의 말이 ‘엄포’가 아니었음을 대변해 우리 정부를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본 듯하다. 특히 사건 보름이 지나도록 이번 사건 원인과 함께 배후가 전혀 드러나지 않게끔 작전을 편 것도 성과로 꼽힐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보당국이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판단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책임을 추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예측하는 눈치다.

군의 한 관계자는 “사건 발생 초기 청와대가 북한의 개입 여부를 차단한 것이 문제였다”면서 “그러다 보니 군이 이걸 작전상황으로 봐야 할지 단순 사고로 봐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만약 북 정찰총국 소행이라면 이런 점도 우리 군에게 타격을 입힌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도발을 앞으로 북방한계선 일대 서해5도에서의 해상경계선 무력화 등 추가 도발에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 있는 북한의 향후 행보가 극히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한 긴장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지금 오판하고 있다. 정상적인 정책판단 기능이 떨어져 군사적 사기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이 오히려 남한 내 긴장 분위기를 부추기기 위한 고도의 전술로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의 정찰총국 소행이라고 분석한 지난 10일 본지 보도와 관련해서는 군의 반응이 엇갈렸다.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니냐. 무슨 근거로 그랬다는 거냐”며 신빙성을 낮게 보는 쪽과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확인되지 않겠냐”며 수긍하는 분위기가 상반됐다. 이에 대해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보도 사실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고, 북한 관련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