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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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마의 벽’ 넘을까… 오전10시 투표율이 첫 승부처

승패 가를 3대 변수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선거전이 23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야의 승부를 가를 막판 변수가 투표 마감 전까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여야는 이날 밤늦게까지 선거상황을 최종점검하며 결전을 준비했다.


오전 10시 투표율


한나라당은 ‘1020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전 10시 전에 투표율 20%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초반에 투표율이 올라가면 위기감을 느낀 야권 지지층이 전면 무상급식 찬성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장에 나오게 되고 결과적으로 개표에 필요한 투표율 33.3%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은 통화에서 “보수성향 유권자는 대개 아침 일찍 투표소에 나오는 만큼 ‘오전 장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전 10시 투표율 20% 달성과 상관없이 투표불참 기조를 유지키로 했다. 야당 지지층을 끌어내기 위한 여당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대책위원장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전 투표율이 20%가 나오기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며 “처음부터 나쁜 투표에 착한 거부로 맞섰던 것인데 투표율 변화에 따른 전략 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투표율의 관건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세지역인 강남 3구의 참여도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투표율은 강남구 51.3%, 서초구 53.4%, 송파구 54.2%였다.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강남 3구가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 선전이 예상된다는 게 여당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당은 반론을 제기한다. 지난달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강남 투표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무상급식주민투표일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종로구 사직 1투표소인 매동초등학교에서 공무원들이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2011.08.23/이종덕기자
사실상 공개투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 여부가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사실상 ‘공개투표’ 성격을 지닌다. 정책투표가 오 시장의 신임투표로 변질되면서 투표 참여자가 한나라당 동조세력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노선 표명으로 여겨지는 투표인 만큼 중도성향 유권자가 ‘낙인 효과’를 의식해 기권하면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문제를 경계하는 눈치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서울시 당협위원장과의 조찬회의에서 “민주당의 투표불참 운동은 투표 참여자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고 공개투표를 조장하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작태”라고 맹비판했다.

민주당은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투표는 낙인·징수·위헌·뻘짓·선동·위장·연출 투표로 불참을 통해 오 시장의 뗑깡, 연출 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오세훈의 승부수

시장직을 걸고 배수진을 친 오 시장의 승부수가 일정 부분 먹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느냐다. 여야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건 지난 21일 기자회견 이후 적극 지지층의 투표율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9일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 투표율이 23.8%로 나왔는데 오 시장 기자회견 이후 분위기가 상승하며 현재 25∼26% 투표율까지 올라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적극 지지층의 투표율이 2∼3%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한 당 관계자는 “오 시장의 정치적 의도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38%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 22일)도 있다”며 “시민들이 오 시장의 꼼수정치를 간파한 만큼 시장직을 내던진다는 협박에 넘어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33.1%로, 지난번(19일, 32.7%)보다 0.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오 시장 기자회견 직후 하루 만에 이뤄진 조사여서 ‘시장직 걸기’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