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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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세·뒷북… 한심한 對中외교

‘해경 피살’ 여론 눈치급급
MB 하루지나 대책 주문
中은 사과않고 유감표명만
정부가 불법조업 중국인 선장의 해경 특공대원 살해 사건과 관련,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해양 경찰의 장비와 인원을 보강하고, 불법 조업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청와대는 양국이 협의 중이던 내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이번 사건 처리와 연계할 방침이어서 양국 정상 교류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 내외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뒤늦게 나온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대해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이어져온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증거 수집 불법조업 단속 해양경찰관 살해사건으로 인천항으로 압송된 중국어선 루원위호가 13일 오전 인천항 해경부두에 정박해 있다. 이 배의 선장 청다위(42)씨는 조타실 안에 있던 칼로 이청호(41) 경장을 찔러 숨지게 하고 이낙훈(33) 순경에게 중상을 입혔다. 오성홍기가 걸려 있는 루원위호에 해경수사관들이 승선해 조타실에서 사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향후 사태 추이가 (이 대통령의) 방중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해양 경찰의 장비와 인원을 보강해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외교적인 것은 외교적으로, 국내적인 것은 국내에서, 해경 자체 문제는 해경에서 실질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는 해경의 단속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불법조업 단속·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총리실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른 시일 내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에는 불법조업 선박에 대한 집중계도와 단속을 포함한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저자세 외교로 일관하던 청와대와 정부가 비판 여론을 의식, 뒤늦게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에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발언한 것을 두고 나오는 비판이다. 과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사건이 불거졌을 때에도 정부는 매번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결과는 흐지부지했다.

이날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에서도 여야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우리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번 사태는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가 부른 사고”라고 말했다. 예전처럼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불행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전날(12일) 브리핑에서는 즉각적인 유감 표명 대신 “한국 측이 (해당) 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과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해 한국민의 공분을 샀다.

박창억·김청중 기자, 베이징=주춘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