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고 가정하자. 카트를 몰고 쇼핑몰 내부를 한가롭게 거닌다고 생각해도 괜찮다.
잠시 후, 당신 눈앞에서 한 남성이 어린이를 납치했다. 마취제 적신 손수건으로 어린이 얼굴을 감싼 채 말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납치범.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아니면 나 몰라라 할 것인가.
이 같은 내용의 실험카메라가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圳) 다펑반도(大鹏半島) 일대에서 최근 촬영됐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시민들은 납치 현장을 목격하고도 자기 갈 길을 갔다. 재밌다며 웃는 사람까지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은 한 여성은 자기 앞에서 어린이가 납치당해도 가만히 있었다. 이들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납치현장을 목격한 세 여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으나 이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바빴다.
쇼핑몰도 마찬가지였다. 두 차례 촬영에서 남성을 저지한 시민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어린이를 쳐다볼 뿐 그들을 향해 발을 옮기지 않았다. 어린 아들과 건널목에 있던 한 여성도 납치범을 뒤돌아보긴 했으나 자기 갈 길을 향했다.
실험자는 영상 말미에 “누구도 나를 저지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사람은 무관심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당신의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바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뭔가 행동을 보여달라”며 “당신은 한 어린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