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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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등 수저계급론,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수저 계급론‘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같은 학벌을 갖고 있더라도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자녀의 첫 연봉이 결정되더라는 실증적인 결과가 입증된 셈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 케임브리지대학과 런던정경대학(LSE), 미국 하버드대학 등은 1998∼2011년 세계 각국의 대학 신입생 25만여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부(富)가 자녀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했다.

이들 연구진은 가정을 떠나 사회를 향해 기지개를 펼려는 시기 가장 부유한 부모를 둔 신입생과 ‘개천에서 용 난’ 자녀들의 학자금 대출 기록, 학부 졸업장 이후 평균적으로 취업한 뒤 받아든 첫 월급 봉투의 금액 차이를 수년 간 추적조사했다.

결과는 짐작대로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신입생은 ‘흙수저‘ 태생에 비해 초봉이 10% 이상 높았다. 이는 성별·학벌·전공 등 다른 변수까지 모두 따진 결과다. 

2012∼13년 새내기 직장인의 경우 졸업한 뒤 10년 남짓한 기간에 남성은 최대 8000파운드(약 1300만원), 여성은 5300파운드(약 867만원)까지 연봉이 벌어졌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의 잭 브리턴 연구원이 "적어도 서른살 때 사회경제적 위치는 어떤 부모를 뒀는냐에 따라 결정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을 상하위 10% 수준까지 좁혀보면 ‘부의 대물림’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가장 부유한 집안과 정반대의 집안 출신 졸업생 중에서 연봉 상위 10%끼리를 비교했을 때 남성 고소득자는 그보다 못사는 집안 출신의 고소득자보다 연간 20%를 더 벌었다. 

여성의 경우엔 이 차이가 14%였다. 이번 연구 주저자인 브리턴 연구원은 "이같은 결과는 같은 대학 간판을 갖고 있더라도 고소득층 출신이 노동시장 출발선에서 더 앞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국 대학교육기회감시기구(Offa)의 레스 엡던 소장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안 출신의 재능있는 학생들은 고소득층 출신이 누리는 공식·비공식적인 인맥에 접근하지 못했을 수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10년쯤 흐른 시점에서 남성 직장인은 연간 3만파운드(약 4900만원)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별로는 의대 졸업자가 5만파운드(약 8170만원), 경제학과 출신이 4만파운드(약 6540만원) 등의 순이었다. 미술 등 예능계열 전공자는 졸업장 여부와 별 차이가 없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