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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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나무’ 심고… 외교·안보 화두 띄우고… 대권 질문엔 “허허”

TK 핵심 안동·경주 간 반기문
“아이고 참, 역사적인…영광입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주목(朱木)은 나무의 제왕으로 4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자 으뜸목입니다.”(류왕근 경북 안동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헬기를 타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국가원수급만 식수를 한다는 서애 류성룡의 고택인 충효당(忠孝堂) 입구에 주목을 심었다. 주목을 심은 장소는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문 당시 심은 구상나무에서 3m 떨어진 곳이다. 방한 후 제주→일본→서울→경기 방문의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 총장은 이날 TK(대구·경북)지역의 전통 핵심 도시인 안동과 경주를 찾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풍산 류씨 종가인 양진당에서 종친회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TK 전통 핵심 지역 방문

류성룡은 임진왜란 전에 이순신·권율을 발탁해 전화에 대비하고, 전쟁 중에는 명나라 원군을 끌어들인 조선의 외교·안보 아이콘으로 꼽힌다. 반 총장은 식수 후 충효당에서 부인 유순택씨, 김관용 경북지사, 류씨 종친과 경북 및 안동 지역 인사,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오준 주유엔 대사, 최종문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등 수행원과 함께 오찬을 했다. 식단은 류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이고, 류씨 문중이 빚은 가양주로 건배를 했다. 반 총장은 점심 후 기자들과 만나 류성룡 관련 일정이 대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허, 허”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반 총장은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관람한 뒤 오찬 중 김 지사의 요청으로 예정에 없던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을 찾았다. 절개와 의지를 상징한다는 적송을 청사 앞에 심었다. 이어 신라의 천년고도 서라벌로 이동해 유엔NGO(비정부기구)콘퍼런스 만찬 참석을 시작으로 경주 일정을 시작했다. 반 총장은 영어 만찬사를 통해 “유엔 사무총장으로 지난 10년간 정부, 비즈니스계, 민간사회에서 어떻게 함께 일을 하고, 어떻게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지 배웠다”고 조정자로서의 자신 역할을 부각했다. 여성과 청년의 일자리 문제를 지적하며 마오쩌둥(毛澤東)이 여성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반변천(半邊天·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들고 있다)의 영어식 표현인 ‘half the sky are women’를 언급하기도 했다. 만찬 헤드 테이블에는 반 총장 내외, 조태열 외교부 2차관, 김관용 지사 등이 앉았다. 반 총장은 경북 국회의원과 도의원 수, 정당 분포를 물어봤다고 반 총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한 참석자가 전했다.

반 총장은 만찬 후 행사장에서 퇴장하던 참석자 300여명과 일일이 악수했다. 조 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내가 장관으로 모셨던 반기문이 아니다”며 “국민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만찬모임 참석 인사들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만찬 모임에 참석한 정관계 인사들. 앞서 반 총리는 이날 오전에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예방해 독대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 전 총리, 노신영 전 총리, 이현재 전 총리, 고건 전 총리, 신경식 헌정회장, 이대순 대한체육회 고문, 정재철 새누리당 상임고문, 오준 주유엔대사, 김원수 유엔사무차장,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정치색 짙었던 28일 서울일정


반 총장은 앞서 이날 오전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 개막식에 참석해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노력에 깊은 감사드린다”며 10여 분간 영어로 축사를 했다. 반 총장은 이날 모든 행사에서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28일 서울에서 개인 일정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도 정치적 발언은 없었으나 행사 자체의 정치색이 짙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중구 신당동 자택으로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해 30분간 독대했다. 반 총장은 무교동에서 모친 신현순(91)씨 등이 참석한 가족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 예방에 대해 “(지난 13일) 육사 졸업식에서 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계셨고, 제가 작년 구순 때도 서울 오면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었다”며 “국가의 원로고 대선배님이시니 인사차 들렀다”고 애써 정치적 의미를 축소했다. 오후엔 노신영·이현재·고건·한승수 전 총리, 신경식 헌정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등 정·재·언론계 인사와 만찬을 했다.

안동·경주=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