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은 이날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을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빈다”는 글을 남겼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이 제주에서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 후 사실상의 첫 지방 방문지로 TK를 택하고, 서애 선생의 고향인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미국 조지 부시 HW 전 대통령 부자 등이 잇따라 찾으며 국내외 정상급 인사들의 필수 방문지가 된 곳이다.
반 총장의 이곳 방문은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자신의 위상을 돋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임진왜란 당시 명재상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서애 선생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며 자신의 롤모델로 삼겠다는 ‘류성룡 마케팅’의 일환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하회마을 반기문 사무총장 29일 반기문 UN사무총장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 총장은 충남 부여 출신인 JP와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를 만난 직후 “김 전 총리에게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설명했고 김 총재는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충청+TK 연대론’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대선 마스터 플랜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시사 직후 친박의 대선 전략에 정확히 호응하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반 총장이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함께 경북도청을 찾은 점도 ‘충청+TK 연대론’과 결부된 해석을 낳고 있다. 반 총장은 30일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비정부기구)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출국한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대선 시계는 급속히 빨라지는 조짐이다. 내년 대선을 1년7개월 앞두고 여야 잠룡들의 대권 경쟁이 조기에 과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반 총장에게 자극을 받아 예상보다 빨리 대권 보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