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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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애초에 감당하지도 못할 대출 왜 받냐고?"

A씨는 "정부에서 대출 규제하면 서민살림 나아질 것 같냐"며 "순수하게 월급 모아 아파트 장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테니 당연 대출규제를 해야하는 게 맞다"며 "카드 돌려막기하는 것처럼 대출도 돌려막기하려는 것이냐. 그러다 국가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C씨는 "과도한 대출은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가 답"이라며 "은행이 무턱대고 대출해줬다가 채무자가 원금 갚지 못하면 이건 누구 책임이냐"고 반문했다.

D씨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사실상 빚으로 경제 지탱해왔다. 이대로 더 뒀다가는 국가경제 파탄 난다"며 "이제라도 대출 규제 강화하고, 근본적으로 체질 개선해야 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씨는 "원금 상환할 능력 없으면 대출 받지 말라"며 "나중에 정부 탓하면서 갚은 능력도 없는 이들이 되레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F씨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우리도 이자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대출 규제해야 한다"며 "애초에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빚 내던 모습은 이제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씨는 "앞으로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자가 계속 오르는데 기존처럼 대출 계속 허용해줬다간 맹독으로 변질된다"며 "미래 닥칠 위험에 사전 대비하는 규제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가계는 물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은행 대출이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 대출도 깐깐해질 전망이다.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신용위험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2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4로 조사됐다.

대출행태 서베이는 대출 태도 동향과 전망을 수치로 표현한 조사다. 숫자는 -100부터 100 사이에 분포한다.

전망치가 마이너스면 금리나 만기 연장 조건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기관이 대출 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韓 신용위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

은행은 가계, 대기업, 중소기업 등 모든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강화할 방침이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태도 지수는 -30으로, 가계 일반대출 태도 지수는 -7로 조사됐다.

지난달 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과 예대율(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 산정 시 가계대출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예대율 규제 강화 등 이른바 '약발'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차주들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은행 대출 심사 강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 중소기업은 -10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도입된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대출태도지수가 전월(-3)보다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신용위험지수는 35로 전 분기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신용위험은 작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올라 2009년 1분기(38)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 대출도 어려워질 듯

가계 신용위험은 23에서 30으로 올랐다. 가계 신용위험은 31을 기록한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은 전 분기 23에서 43으로 급등하며 2009년 1분기(47) 이후 최고였다. 대기업은 10에서 17로 상승했다. 대출 금리 상승이 부채 부실 가능성을 키우며 신용위험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은 보호무역주의 피해 우려가 작용했고, 중소기업은 자동차·조선 협력업체 부진, 지방 부동산 경기 위축 가능성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대출수요는 6을 기록했다. 대기업은 0으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중소기업(17)은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확보하려 들 것으로 보여서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수요(-10)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 일반대출 수요지수는 3으로 플러스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위주 규제 정책으로 일반 신용대출로 수요가 옮겨간 풍선효과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2분기 상호저축은행(-25), 신용카드회사(-13), 상호금융조합(-33), 생명보험회사(-10) 등으로 모든 업권에서 대출 태도가 강화할 전망이다.

이들도 올 들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신 DTI 영향권에 들었다. 신용위험도 저축은행(17), 신용카드회사(25) 등 전체 비은행 업권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