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성관계 동영상과 알몸 영상과 사진 등을 촬영하고 이를 지인과 인터넷 등에 유포했다며 남자친구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20대 여성의 청와대 청원글이 게재된 가운데 청원인의 변호인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성폭력 처벌법과 몰카 범죄의 피해 상황에 누리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3일 게시된 ‘거제도 조선소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이 게재됐다. 이 글에서 90년생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A씨는 “25살에 만나 3년간 진심으로 사랑했고 믿었던 첫 남자친구에게 큰 배신을 당했다”라며 “남자친구 B씨가 제 알몸을 몰래 찍어 여러 사람에게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B씨가 거제도 조선소에서 일하던 자신의 직장 상사였다고 소개했다.
24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A씨의 변호인 측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B씨가 A씨를 불법촬영하고 이를 다수에게 유포했으며 사실을 인지한 A씨는 곧바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 현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이용촬영)으로 B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B씨의 공소장 사진을 이 글에 첨부하면서 범죄 사실에 대해 A씨가 모르는 사이에 총 24회에 걸쳐 자신의 성기 및 알몸을 55개의 동영상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B씨가 집 안에서 속옷까지 전부 벗고 있으라고 요구했다”라며 “관계 후에도 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거부했지만 집요한 요구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라며 “B씨가 제 몸을 촬영하기 위해 그런 요구를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씨는 한 음란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B씨의 사진을 보내며 회원들의 여자친구 혹은 부인 사진을 교환하자는 내용의 쪽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항상 외장하드를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B씨는 이 외장하드를 절대 A씨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며, 부산 본가에 숨겨놓기까지해 접근권을 철저하게 봉쇄하기까지 했다.
A씨는 “B씨와 거의 3년간 살다시피 했기 때문에 공소장에 쓰인 55개의 동영상 말고 훨씬 많은 동영상이 있을까 두렵다”라며 “동영상을 자신이 모르는 곳에 유포했거나 지인들과 돌려보며 낄낄댔을 생각을 하면 정말 죽고싶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저는 몰래 찍은 모든 동영상을 찾기를 원했지만 경찰 수사관과 검사가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동영상이나 촬영물을 찾더라도 피해자가 저인지 알아보기 힘든 동영상은 기소가 어렵다고 했다“라며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몰카 피해의 가장 큰 문제는 누군가가 몰래 내 몸을 찍어 유포를 시작하면 유포 파일을 모두 찾아 삭제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저는 살면서 언제 그 동영상을 마주하게 될지 모르고 지인들이 볼까봐 너무나 두렵다“라며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길거리를 다니기도 어렵다. 누군가가 저를 빤히 쳐다보면 혹시 저 사람이 내 동영상을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고 현재의 심경을 털어놨다.
A씨가 밝힌 B씨의 두 번째 범죄 사실은 그가 촬영한 46장의 불법 촬영물을 10회에 걸쳐 유포한 혐의다. A씨는 자신이 카메라를 응시했고 촬영사실을 알았어도 하지 말라고 가리지 않으면 ‘묵시적 동의’가 됐기 때문에 자신이 사실상 B씨의 촬영에 동의를 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3년간 나체 사진 , 성관계 당시를 몰래 사진 촬영한 B씨를 발견할때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강하게 항의하지 않아 ‘묵시적 동의’를 한 것이라며 ”졸지에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에 동의한 여자가 됐다“고 털어놨다.
청원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A씨는 ”하늘에 맹세코 촬영을 허락한 적 없고 즐긴 적도 없다“며 ” 적어도 검사님이 인정한 A씨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A씨가 최대한의 형량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A씨는 ”이 글을 읽는 다른 여자분들이 남자친구나 남편이 누드사진이나 성관계 동영상을 찍으려고 할 때 바로 거부의사를 말하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B씨에 대한 혐의가 지난해 12월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서 개정전의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된다. 개정 전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공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실제로 공개되지 않고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된다.
24일 경향신문에 A씨 변호인 측은 B씨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변호인 측은 “절도죄의 형량이 6년인데 의사에 반한 불법촬영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이다.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못한 낮은 형량이 이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양산해내고 있다”라며 “현재 가해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불법촬영의 70%가 벌금형인 우리나라 법의 실정상 합당한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