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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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노역’ 허재호·스베누 황효진 등…국세청, 고액 체납자 공개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종합부동산세 등 56억원 체납 사실이 국세청 명단 공개에서 드러났다.

 

강민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허 전 회장을 포함한 고액·상습 체납자 683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앞서 허 전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는 △이석호 우주홀딩스(옛 아가월드) 전 대표(양도소득세 등 66억2500만원) △김한식 전 청해진해운 대표(종합소득세 등 8억7500만원) △황효진 전 스베누 대표(부가가치세 등 4억7600만원) △최완규 방송작가(양도소득세 등 13억9400만원) 등이 포함됐다. 김 전 대표는 세월호 침몰 사고 책임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며, 최 작가는 SBS 드라마 ‘올인’ 등의 집필로 이름을 알렸다.

 

국세청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나고 국세가 2억원 이상인 체납자를 공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름과 나이, 직업, 주소 등도 공개된다. 올해 신규 공개 대상자는 개인 4739명, 법인 2099곳으로 총 체납액은 5조4073억원이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홍영철씨(1632억원 체납)가 개인 최고액 체납자며, 근로소득세 등 450억원을 내지 않은 건설업체 코레드하우징이 최고액 법인이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은 국세청 홈페이지와 관할 세무서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인 체납자 규모별 현황. 국세청 제공

 

올해 공개 대상은 전년(7158명)보다 320명 줄었지만, 100억원 이상 체납자가 15명에서 42명으로 증가함에 따라 총 체납액은 오히려 1633억원 늘었다. 국세청은 전체 체납자의 절반이 넘는 61.4%(4198명)가 체납액 2억~5억원 구간에 속한다고 밝혔다. 민사소송 등으로 지난 10월까지 체납액 1조7697억원을 징수한 국세청은 내년부터 전국 세무서에 체납징세과를 신설해 추적 조사 업무를 수행할 방침이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개정안이 지난 10월31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친·인척 명의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도 조사한다.

 

강 국장은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려면 국민의 자발적 신고가 필요하다”며 “체납 세금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니 적극적으로 신고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세청의 체납자 추적 조사 현장. 국세청 제공

 

한편, 서울시가 지난달 20일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총 1만5859명)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방소득세 등 9억2000만원을 체납해 4년 연속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명단 공개 당시(8억8000만원)보다 약 4000만원 늘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35억1000만원을 내지 않아 2년 연속 고액 체납 명단에 포함됐다. 김 전 회장은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다가 2017년 대법원에서 패소해 지난해부터 명단에 포함됐다. 세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면 공개 대상이 아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