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영국에서 귀국한 아들 주신씨를 향해 “당당히 재검받고 병역비리 의혹을 결론내달라”로 촉구했다.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병역비리 의혹은) 이미 깨끗이 끝난 사안”이라며 “머리에 우동 넣고 다니냐?”라고 일갈했다.
배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먼저 박원순 시장의 극단 선택에 안타까움을 유족들의 황망함에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배 의원은 “많은 분이 찾던, (박원순 시장의 장남) 박주신씨가 귀국했다”라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대로 아버지 가시는 길 끝까지 잘 지켜드리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다만, 장례 뒤 미뤄둔 숙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은 그는 “병역 비리 의혹에 관한 2심 재판이 1년 넘게 중단돼 있다”라고 꼬집었다.
배 의원은 “박주신씨의 부친께서 18년 전 쓴 유언장이란 글에는 ‘정직과 성실'이 가문의 유산이라 적혀있었다”라면서 “박주신씨가 부친의 유지를 받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모든 남성이 의무로 지고 있는 병역의 의무에 지위고하란 없다”라며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 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는 영국에서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같은 날 입국했다. 2012년부터 영국에서 지내온 그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마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이 나오자 곧장 아버지의 빈소로 향했다.
배 의원의 글이 논란이 되자, 진 전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2개의 글을 올리고 배 의원을 질타했다.
첫 번째 글에서 그는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은 이미 깨끗이 끝난 사안”이라며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어디서 꺼리도 안 되는 것을 주워와서, 그것도 부친상 중인 사람을 때려대니. 도대체 머리에는 우동을 넣고 다니나?”라고 배 의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야당이라고 하나 있는 게 늘 옆에서 똥볼이나 차고 앉았으니, 하여튼 미래통합당은 답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배 의원의 실명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런 몰상식한 비판은 외려 통합당의 얼굴에 먹칠을 할 뿐”이라며 “이 사건은 통합당이 자기들만의 세계 안에 갇혀 현실과 소통할 능력을 완전히 잃은 돌머리 강경파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역시 서면브리핑을 통해 “시작부터 끝까지 틀렸다”라며 배 의원의 글을 비판했다.
송 대변인은 실제 박주신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는 2013년 ‘무혐의 처분’됐고, 배 의원이 언급한 ‘2심 재판’이란 박씨를 당사자로 한 게 아니라 박 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라는 것이다.
그는 배 의원을 향해 “박 시장과 유족에 대한 모욕적 언행을 즉각 사죄하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오전 12시1분쯤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는 13일 오전 7시30분 발인 후 서울시청으로 이동해 오전 8시30분부터 시청 다목적홀에서 온라인 영결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