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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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3차 재난지원금 예산 편성 제안에 與 조건부 수용 의사 피력…논의 급물살 탈까?

이낙연 "특별히 큰 고통 겪으시는 계층 특별히 지원해야. 재난피해지원 필요하다는 데 공감"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피해계층 지원 예산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 밝혀
3차 재난지원금 찬반. 리얼미터 제공

야당이 던진 3차 재난지원금 예산 편성안에 여당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당은 예산안 심사의 최대 쟁점인 한국판 뉴딜 예산의 원안 유지에 야당이 합의할 경우 예비비를 증액해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본예산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야당의 3차 재난지원금 편성 요구에 난색을 표해왔지만 입장을 선회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히 큰 고통을 겪으시는 계층을 특별히 지원해야 한다. 재난피해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피해계층 지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우리 당이 주도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며 "마침 예결위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으니, 취약계층 지원책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찾고, 야당과도 협의하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길어지는 코로나 위기에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선 다시 한번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예산 편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도 "긴급재난지원금 편성 대신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에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실시한 3차 재난지원금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한다'라는 응답이 56.3%(매우 찬성 22.4%, 찬성하는 편 33.9%)를 기록했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는 응답자도 57.1%로 집계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3차 재난지원금 관련 예산이 편성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21조3000억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예산을 삭감해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3차 재난지원금이 본예산에 포함되도록 여당이 결단해야 한다"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깎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국판 뉴딜 예산 원안 유지에 야당이 합의할 경우 재난지원금 예산을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협상안을 제시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쪽에서 한국판 뉴딜 예산을 손대 재원을 마련하자고 하는데 (원안 유지라는) 큰 원칙에만 합의를 해주면 재난지원금도 얘기를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예비비 예산 증액을 제시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한 피해 규모나 지원 대상이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며 "그런 걸 고려한다면 예비비 증액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피해 규모와 지원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예비비에 관련 예산을 추가 편성하고 추후 집행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예비비 명목으로 5조400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1차 감액 심사에서 예비비를 1조5000억원 감액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야 입장차로 심사가 보류됐다.

 

민주당 주장대로 한국판 뉴딜 예산을 원안 유지하고 재난지원금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경우 본예산 규모는 정부안보다 순증이 불가피하다. 감액 규모를 온전히 재난지원금 예산으로 편성할 경우 다른 사업 예산은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예결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증액이라는 게 정부가 예산안을 짜고 나서 이후에 법이 통과되거나 새로운 현안이 발생해 거기에 맞춰서 추가 편성하는 예산인데 (재난지원금 때문에) 그걸 다 포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보통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3조~4조원이 깎이는데 야당이 요구하는 3조6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을 편성하면 나머지 사업은 (증액을) 다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이 원활히 통과하려면 야당의 요구도 있고 하니 재난지원금도 검토를 해야 한다"며 "재원 확보는 감액 규모만으로는 어렵다. 그러면 순증밖에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결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성호 예결위원장과 심사가 보류된 감액 사업을 놓고 협의에 돌입했다. 한국판 뉴딜 예산에 더해 재난지원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감액 심사는 27일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