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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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아 잡아먹고 있었다”던 개…보호소 “너무 온순해” 동물단체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

울산서 개 물림 사고…8세 남아 크게 다쳐 봉합 치료
검찰, ‘위험 발생 염려’ 인정 어렵다며 개 살처분 부결
동물단체 “안락사 합당하지 않아”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A군이 목줄이 풀린 개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남아를 공격해 크게 다치게 한 사고견의 안락사 절차가 잠정 중단된 가운데, 이 사고견이 현재 매우 온순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물단체는 “개를 희생시키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라며 사고견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22일 사고견을 보호 중인 동물보호소에 따르면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는 온순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이 개는 사람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얌전히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견을 인수하겠다는 동물보호단체도 나타났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상상하지 못할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과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어서 완쾌돼 가정의 행복을 되찾길 바란다”면서도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단체는 “개를 죽여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 해결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저희 동물권 단체들도 그 희생을 인정하겠다”며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는 개들에게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덕적 인식이나 윤리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지성적 주체가 아니므로 이러한 개에 대해 안락사라는 사회적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며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규범과 법률에 따라 이 개를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A군을 공격한 개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임시 보호를 받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갈무리

 

아울러 “개를 인수할 수 있게 해 달라.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책임지고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필요기간 동안 사육공간에서의 이탈도 금하겠다. 그러니 이 개를 살려 달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만 담보된다면 그 개를 굳이 죽이고 얻을 사회적 가치가 무엇이냐”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11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던 13.5kg의 중형견이 A(8)군을 쫓아가 목과 팔 등을 물어 크게 다치게 했다. A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아이를 구한 택배기사는 “애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흔들고 있었다”며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견을 키우던 80대 남성은 개 물림 사고 직후 개에 대한 권한을 포기했다.

 

이후 지난 15일 울산 울주경찰서는 사고견이 인명사고를 낼 우려가 크다고 보고 안락사 시행을 위한 압수물폐기 절차를 밟았으나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위험 발생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압수물폐기를 부결하면서 절차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