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MB측근 전진배치…사정축 'PK'서 'TK'로 이동

李대통령 국정원장·경찰청장 인선 배경은
◇18일 국정원장에 내정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날 오전 경찰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찰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위원회는 새 경찰청장 선출을 위해 소집됐다.    전신 인턴기자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왼쪽)이 18일 오전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위원회에 참석한 뒤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단행한 권력기관장 인사는 집권 2년차 국정운영에 대비해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원세훈 국정원장’ 카드에서 권력기관의 ‘대통령 보위 기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원세훈 내정자는 이 대통령 핵심 측근이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 행정부시장 등을 지낸 ‘엘리트 S(서울)라인’ 인맥이다. 또 고향이 경북 영주로, 현 정부의 지역적 기반인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원 장관이 수장을 맡으면 국정원의 ‘충성도’ 제고와 이 대통령의 ‘직할 통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8일 “이런 점에서 초대 내각 구성 시 ‘TK 측근 국정원장론’이 비중 있게 제기됐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며 “이번 인사는 지난 1년간 국정원 역할에 실망한 이 대통령의 평가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문과 촛불정국 때 ‘부실 보고’ 등으로 적극 대처하지 못하면서 줄곧 교체설에 시달려 왔다. 더욱이 TK 대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사람’인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과 ‘인사권’을 둘러싼 불화까지 드러내 낙마를 자초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대 이하’의 국정원 업무능력이 과거 정권 인사들에게서 기인한다고 보는 이 대통령으로선 원 내정자 배치가 인사쇄신을 통한 개혁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석기 경찰청장’ 카드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내정자는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출생지(경북 영일)가 같다. 그는 지난해 8월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해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책을 내놓으면서 ‘윗선’의 평가를 받았다. 이 대통령 의중을 잘 읽어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할 인물이라는 게 여권 내부의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측근 전진 배치가 특징인 이번 인사는 사정기관 장악을 시작으로 강력한 ‘국정 다잡기’를 예고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내각에 대해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혀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 국정운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빅4’ 중 ‘빅3’를 영남권 출신으로 채워 ‘특정지역 편중인사’라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신임을 받은 임채진 검찰총장은 경남 남해 출신이다. 특히 영남 중에서도 경남 남해의 김성호 원장, 경남 진양의 어청수 경찰청장의 탈락으로 권력 중심축이 ‘PK’(부산·경남)에서 TK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이날 전북 출신의 한덕수 전 총리를 주미대사에 기용할 것으로 알려진 데는 지역 안배 계산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프로필>

서울시 요직거친 대표적 MB맨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행정1부시장을 지낸 뒤 현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오른 대표적인 MB맨. 강남구청장과 보건사회국장, 행정관리국장 등 서울시 요직을 거쳤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 중앙버스전용차로 등 주요 정책을 꼼꼼히 챙겨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부인 이병채(57)씨와 1남2녀.

▲경북 영주(58) ▲서울대 법대 ▲행정고시 14회 ▲한양대 행정대학원 석사▲국무총리행정조정실 지방행정담당관 ▲강남구청장 ▲서울시 경영기획실장

불법시위 강경대응 원칙주의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불법시위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작년 7월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해 검거 위주로 강경 대응해 촛불집회를 성공적으로 진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만화가 이현세씨 도움을 받아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의 전신을 만들었다. 기획력이 좋고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소신파다.

▲경북 영일(55·간부후보 27기) ▲대륜고 ▲영남대 행정학과 ▲서울 수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기획국장 ▲경북경찰청장 ▲ 경찰종합학교장 ▲경찰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