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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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아만 있어라" 눈물의 팽목항

16일 전남 진도 해역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구조작업이 밤늦게까지 진행된 가운데 진도군 팽목항은 구조소식을 간절히 바라는 실종자 가족들로 가득 찼다.

모포를 뒤집어쓴 실종자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애타는 마음으로 검은 수평선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팽목항은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로 앞서 세월호에서 인양된 시신이 육지로 옮겨진 곳이다.

간간이 사고해역 부근에서 터지는 조명탄만이 가끔 검은 바다를 비췄다가 꺼지기를 반복했을 뿐 기다리던 구조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 2학년생의 어머니는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어떻게 구조됐냐는 이야기는 없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엄마 수학여행 다녀올게라는 말이 마지막이었"며 "딸아 제발 살아만 있어라"고 흐느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사고 직후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보도에서 200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정부 공식발표가 나오자 취재진들에게 항의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이날 오후 9시께는 사고해역의 구조모습을 직접 보려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 경비정에 몰려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중국 CCTV방송, 일본 NHK를 비롯해 AP, AFP 통신사와 알자지라 등 외신도 직접 팽목항에 취재진을 파견해 시시각각 사고소식을 전했다.

팽목항 한켠에 수 시간째 꼼짝하지 않고 앉아 바다만 바라보던 한 중년 남성은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팽목항에는 안타까운 1분 1초가 흘러가고 있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