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돈’ 되는 일이면 남의 일도 앞다퉈 신고

[침묵하는 사회] ‘파파라치’ 포상금 생계수단 삼아
공익보단 개인 이익 추구 부작용
타인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침묵 사회’는 공동체 의식 약화 등 많은 병폐를 낳는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과도하게 타인의 일에 개입하고 이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파파라치’라 불리는 신고포상금 사냥꾼들의 얘기다.

타인의 범법행위를 카메라로 찍어 행정기관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신고포상금제는 정부의 눈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시민의 눈을 빌리는 제도다. 기저에는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신고포상금제도는 한편으론 부작용을 낳고 있다. 포상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파파라치들도 그중 하나다.

.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000여개의 신고포상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3000여명이 생계형 파파라치로 활동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연간 지급되는 신고포상금은 200억원으로, 억대의 수익을 올리는 파파라치들도 있다. 이들을 위한 학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문제는 대부분 생계형 파파라치들이 공공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목적보다는 포상금을 쫓다 보니 ‘적발이 쉽고 상금을 받기 쉬운’ 곳만 노린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에는 울산 지역을 돌며 원산지 표시 오류 등을 잡아내 하루 만에 500만원이 넘는 포상금을 챙긴 이도 있었다. 공공을 위한 포상금이 개인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변질한 셈이다.

자신에게 당장 이득이 되지 않는 불의에는 침묵하면서 ‘돈’이 되는 일을 목격했을 때는 앞다퉈 신고하는 이러한 행태는 침묵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에 대한 관심이 약해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다 보니 공공을 위한 질서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생활·생계에 관련된 데만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신고포상금제도는 이익지향적·개인화된 세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유나·권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