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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전력 ‘유명무실’ 우려…영공방어 ‘적신호’ [박수찬의 軍]

공군 KA-1 전선통제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1960년대 이후 성장을 거듭해온 공군이 2020년대를 앞두고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정책적 판단이 적절하게 이뤄지면 전략적 차원의 능력을 확보한 ‘제2의 도약’으로 이어지지만, 자칫하면 한반도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 위험이 있다. 2020년까지 6개월 정도 남은 현재 시점에서의 정책적 결정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와 관련해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4월 16일 취임사에서 “미래 합동작전 개념과 전투 수행 방법에 부합되도록 공군의 부대 구조와 인력 구조, 전력 구조를 최적화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 총장 취임 이후 공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취임사와는 다소 다르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등 첨단 장비들의 잇따른 도입으로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공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력 약화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수조원 투입해도 전력증강 효과는 ‘제자리’

 

공군은 2000년대 이후 F-15K, F-35A 전투기와 C-130J 수송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 KF-16 전투기 성능개량 등 전력증강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여기에 투입되거나 투입될 예산만 15조원이 넘는다.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해 3월 19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문제는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한 만큼 공군 전력지수가 상승했느냐는 것이다. 지난 3월 F-35A 전투기 2대가 국내에 반입되면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시대가 열렸지만, ‘속 빈 강정’ 논란도 일고 있다. 군 소식통은 “F-35A 국내 반입 이후 일선 공군부대 장교들과 서울에 근무하는 공군 장교들간에 논쟁이 있었다”며 “일선 부대 장교들 중 일부는 F-35A 탑재 무장이 F-15K나 KF-16과 별 차이가 없으며, 공중전 능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공대지 무기 탑재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스텔스기가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으려면 기체 외부에 돌출된 부분이 없어야 한다. 무장이나 전자장비를 기체에 장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F-22나 F-35A를 비롯한 스텔스 전투기는 기체에 내부무장창을 만들어 무장을 탑재한다. 내부무장창은 스텔스 성능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무장탑재량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미국제 스텔스 전투기는 F-15C나 F-16에 쓰이는 무장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미 공군은 F-35A 운용규모가 크고 다양한 지원 수단이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한국 공군은 다르다. 한국 공군의 F-35A는 40대에 불과하며 지원 전력도 부족하다. KF-16은 2020년대 초까지 성능개량 작업이 진행된다. 작업 이후 수년간은 성능 안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F-4와 F-5는 노후화된데다 2020년대 퇴역할 예정이어서 전투기 규모 유지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F-15K는 2010년대 초부터 부품 부족에 따른 동류전환과 가동률 저하, 정비비 상승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지상공격 훈련을 위해 폭탄을 표적을 향해 투하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투기 추가 도입 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군 안팎에서는 F-35A 20대 추가 도입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원 총장 취임 이후 추가도입규모를 40대로 늘리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2013년 차기전투기(F-X) 사업 당시 F-35A 40대를 도입하고 2020년대 초부터 20대의 차기전투기를 추가로 들여오기로 한 방침과는 다른 것이다. 120대를 도입하기로 되어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도 200대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공군이 노후 전투기 퇴역에 따른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KF-X 도입규모 확대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투기를 추가도입한다고 해서 전력증강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올해 초 미 국방부 운용시험평가실(DOT&E)은 “F-35 평균 가동률이 프로그램 목표치인 60% 미만이며 최초운용시험 평가에 필요한 계획치인 80%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F-35A에 탑재되는 무장은 F-15C나 F-16과 별 차이가 없다. 이같은 F-35A를 40대 추가 구매하려면 4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차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과 대형수송기 사업을 합친 규모다. 그만큼 거액의 혈세를 투입해 도입한 전투기의 가동률과 기술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세금 낭비나 다름없다.

 

정무적 차원에서도 도입은 쉽지 않다. 북한은 F-35A 도입에 대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F-35A 추가도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KF-X 추가도입도 논란거리다.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KF-X가 생산되어 일선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할 시점은 203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는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한 6세대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낼 때다. 주변국들은 6세대 전투기를 만드는 시점에서 F-35A보다 성능이 뒤진 4.5세대급 KF-X를 200대나 배치하는 것은 전력지수의 퇴행을 불러온다. 2020년부터 10여년 동안 발생할 전력공백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말 그대로 ‘헛돈’을 쓰는 셈이다.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3월 청주기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전투기 규모 유지’ 집착 버려야

 

공군은 전력공백 문제가 제기될때마다 신형 전투기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전투기를 새로 들여오는 방법만이 전력공백을 메울 대안은 아니다. “공군이 조직 규모를 유지하고자 전투기 도입만 주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군이 적정 규모로 판단하는 전투기 숫자는 매번 바뀌어왔다. 2005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에서는 ‘대북 전쟁억제’를 이유로 430~500여대로 판단했으나, 2014년 국방대학교 연구에서는 ‘통일 이후 주변국과의 갈등 대비’를 들어 640여대로 늘어났다. 지난해 공군사관학교와 연세대의 공동연구에서는 ‘대북 전면전 시 북핵 위협 조기 제거’를 위해 600여대의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무인기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전투기 규모가 필요할까. 미래에는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인, 무인 복합 전투체계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대의 유인 전투기가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개념은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것이다. 단순 정찰에 머물던 무인기의 역할도 적 레이더 기지 파괴를 포함한 전자전과 지상공격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인공지능(AI)을 통한 공중 전투지휘체계 구축도 거론되고 있다. 전투기 운용규모를 과도하게 확정할 필요가 줄어드는 셈이다.

 

공군 KF-16 전투기들이 훈련을 위해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공군 제공

굳이 4차 산업혁명 기술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육군 에이태킴스(ATACMS)와 현무 탄도미사일, 해군의 지대함 순항미사일 등을 갖췄다. 전투기가 북한 내륙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지상표적을 파괴하는 전통적 방식의 공습 대신 육군의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활용하면 북한 장사정포를 일거에 제압할 수 있다. 합동성 원칙에 의한 육해공군의 협력과 이를 뒷받침할 전투지휘통제체계만 제대로 가동되어도 공군의 부담은 경감된다.

 

영공 수호를 위한 공군력 증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거액의 혈세를 지출하는 만큼 효과적인 전력증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제 암람(AMRAAM) 공대공미사일이나 슬램이알(SLAM-ER) 공대지미사일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날아가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항공무장들이 세계 방산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신형 전투기를 구입하는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전쟁 억제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전투기 운용규모 유지에 급급하기보다는 효율적인 지출을 통한 전쟁 억제력 증강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