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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 먹고 싶어요” 장병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박수찬의 軍]

육군 장병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예나 지금이나 전쟁터에서 지휘관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급양(給養:장병 영양 관리를 위해 운용하는 식량 획득, 분배, 취사 등)이다. 아무리 용맹한 병사라도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면 힘을 잃고 패한다. 맛좋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 얼마나 제공되느냐에 따라 병사들의 사기와 전투력도 달라진다. 고대 로마군이 지중해 세계를 재패한 것도,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연전연승했던 것도 식량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우리 군도 마찬가지다. 맛이 없었던 양배추김치나 된장국 대신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음료, 간식이 장병들에게 공급된다. 병사들의 기호를 반영한 메뉴도 정기적으로 급식된다. 하지만 장병들에게 공급되는 급식 중에는 장병들이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있다. 장병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국방부의 위탁을 받아 신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육해공군 장병 26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도 군 급식 및 피복만족도 조사’에서는 장병들의 급식에 대한 선호도가 잘 드러나 있다.

해군 2함대 장병들이 초계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식사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돼지갈비 “좋아요” 명태 “싫어요”

 

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장병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육류와 과일, 주스, 가공식품과 잡곡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메뉴는 돼지갈비와 소갈비였다. 돼지갈비는 5점 만점에 4.35점을, 소갈비는 4.33점을 받았다. 닭고기(4.05점)와 삼계탕(4.03점)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과일류에서는 한라봉(4.15점)과 딸기(4.12점)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스류는 종류에 관계없이 복숭아 주스와 포도주스, 파인애플 주스, 우유가 고른 선호도를 보였다. 반면 가공식품류는 호불호가 크게 엇갈렸다. 비엔나소시지(4.16점)와 치킨너겟(4.11점)은 장병들에게 환영받았지만, 생선묵(2.93점)과 황태(2.32점)는 ‘먹기 싫은 반찬’으로 분류됐다.

 

분식류와 어개류도 메뉴에 따라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분식류 중에서 초코 시리얼(3.96점)와 스파게티(3.87점)은 무난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지만, 새우버거와 쌀 시리얼은 3점 이하를 기록해 선호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개류 중에서는 전복(3.43점)과 냉동새우(3.35점)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코다리(2.24점)와 명태(2.19)는 전체 메뉴 중에서도 선호도가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소스류는 전반적으로 평균 점수(3점)에 미치지 못했다.

국방기술품질원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원들이 해군 1함대를 방문, 장병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장병들의 메뉴 선호도를 급식에 모두 반영하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하지만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체력을 증진하려면 장병들이 선호하지 않는 메뉴도 급식을 해야 한다. 먹기 싫은 음식을 장병들에게 먹이려면 조리법을 바꿔 선호도를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같은 부분에 대한 설문이 이뤄졌다. 조사 보고서는 “일부를 제외하면 장병들은 대부분 어개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명시했다. 전복과 냉동새우, 오징어젓, 꽃게, 주꾸미, 낙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어개류가 장병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선호도가 낮았던 어개류 중에서 조기, 꽁치, 민대구, 코다리, 명태의 조리법에 대해 물어본 결과 민대구는 찌개나 탕으로 조리하기를 원했으며, 명태와 코다리 및 조기 등은 튀김으로 요리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전체적인 급식만족도는 3.1점으로 2017년보다 0.03점이 상승했다. 다만 급식의 질은 2.87점을 기록해 전체적인 급식만족도보다 낮았다. 특히 선호하는 메뉴 제공(2.77점)과 식기의 청결(2.74점) 부분은 점수가 높지 않아 장병들의 느끼는 불만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원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적게 나오는 것 같다는 의견과 고른 영양 섭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다수 인원이 조리해 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급식 위생에 대해서는 “세척도우미에 따라 청결도가 달라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갓 입대한 이병의 급식만족도(3.26점)가 병장(3.09점)보다 높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기술품질원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원들이 해군 1함대 취사장을 방문, 위생상태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급식 만족도 높이려면…조리병 확충 등 필요

 

장병들의 급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맛좋은 음식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리병과 조리원이 조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리병과 조리원들이 느끼는 조리 환경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은 취사 인원으로, 각각 2.41점과 2.89점을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조리병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장병 급식의 맛은 조리병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조리병은 조리 이외에 취사장 위생관리로 병행하고 있어 업무가 많다. 휴가 등으로 조리병 1명이 빠질 경우 장병 식사 제공이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어, 조리 관련 교육이 있더라도 참석하기 어렵다. 보고서도 조리병 1명 당 식수인원이 15~30명 미만인 경우의 급식만족도(3.15점)가 가장 높게 나온 조사결과를 토대로 “조리병 확충을 통해 취사장과 식당 위생 관리 및 조리 교육 참석으로 급식 위생과 질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도 조리병 교육 강화, 조리병 부담 완화를 위한 세척 또는 탈피한 식재료 조달 확대, 민간조리원 채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취사장을 비우기 어려운 조리병의 고충을 감안, 스마트폰을 이용한 조리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4월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사업’을 전 부대로 확대했다. 조리병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 등에 있는 조리법을 실시간으로 검색하면서 공부를 하면 조리교육을 위해 부대 안팎을 드나들지 않고도 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병사들이 군마트(PX)에서 간식을 구매하는 횟수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주일에 PX를 한번도 이용하지 않는 병사의 급식만족도(3.38점)는 6회 이상 PX를 드나드는 병사의 급식만족도(2.99점)보다 높았다. PX에서 판매하는 간식들은 인스턴트 식품이 많다. 나트륨을 비롯한 첨가물이 포함된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급식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며, 병사의 체력 강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어머니 장병 급식 모니터링단원들이 해군 1함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제공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019년도 급식방침’을 소개하면서 시식회 또는 시험급식을 거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깐쇼새우, 계란말이, 계란후라이, 문어, 낙지젓 등을 추가했다. 자율운영 부식비를 새롭게 도입해 멸치볶음에 넣을 견과류, 떡볶이에 넣을 피자 치즈 등 소량 첨가로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재료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야간훈련 등으로 다음날 일과를 늦게 시작할 때 제공되는 브런치는 2018년 2개 부대(23사단, 8군지단)에서 시험적으로 2회 진행했던 것을 전 부대로 확대해 연 2회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급식방침을 시행하는데 1조6000억원이 소요된다.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은 전투력과 사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사회와 격리되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장병들에게 맛과 질이 우수한 급식은 군생활 과정에서 몇 안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은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 중 하나다. 장병들의 배를 채우지 못한다면 제대로 싸우기도 어렵다. 급식에 대한 장병들의 의견에 군 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