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군이 내세우는 대응방안은 ‘원점 타격’이다. 북한의 도발 원점을 파악해 정밀타격, 억제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내륙지역에 위치한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 및 전쟁 지휘통제 시설 등을 파괴하려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수백㎞를 날아가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미사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육군은 에이태킴스(ATACMS) 탄도미사일과 현무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을, 해군은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공군은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TAURUS)와 사거리 278㎞의 슬램이알(SLAM-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통해 전략적 타격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한국형전투기(KF-X)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개발 중이다. 공군의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확보를 위해 투입되거나 앞으로 소요될 예산을 합치면 1조원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2020년대 공군의 장거리 폭격 능력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가성비 고려한 전력증강 계획 필요
ADD가 개발하는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타우러스 미사일과 유사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올해부터 2021년까지 탐색개발을, 2022~2028년 체계개발을 마치고 양산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개발비 3100억원, 양산비 5000억원이 투입된다. 탐색개발은 체계개발을 위하여 사전에 설계 및 핵심기술 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KF-X 시제기는 2021년에 출고되므로 체계개발 과정에서 KF-X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체계통합 및 감항인증 등이 함께 진행될 계획이다.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 사업에서 가장 큰 논란은 8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의 비용 대비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책정된 개발 및 양산비용 외에도 체계통합과 감항인증(항공기가 비행하기에 적합한 안전성과 신뢰성의 확보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군과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KF-X와의 체계통합에 15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타우러스 미사일을 F-15K에 체계통합하면서 소요된 비용이 8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KF-X도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도 처음으로 개발되는만큼 체계통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나 임무 컴퓨터 등 장비를 새로 만들어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체계통합에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나마 감항인증에 소요되는 비용은 현재 시점에서는 추산이 어렵다. 다만 체계통합과 감항인증 비용이 추가되면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사업 총비용은 1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확보하게 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수량은 200여발. 공군이 6000억원을 투입해 타우러스 260여발을 도입한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공군이 타우러스 미사일 40발을 추가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대 전략 타격 문제 해결 방안 찾아야
가장 큰 문제는 2020년대 공군의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높이는데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8년 체계개발이 끝나고 양산을 거쳐 공군에 납품되려면 2년 정도의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2020~2030년 공군의 장거리 정밀타격을 F-15K에 탑재되는 타우러스 미사일이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변국들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댜오) 방어를 명분으로 장거리 공대지/공대함미사일 도입을 공식화했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군함들이 장거리 요격무기를 갖춘데다, 일본 본토에서 1200㎞ 떨어진 난세이제도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타격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콩스버그가 개발한 정밀유도 합동타격미사일(JSM), 미국 록히드마틴의 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 AGM-158B JASSM-ER, AGM-158C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미사일을 탑재할 전투기가 마땅치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산 FA-50 경공격기의 무장을 추가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투기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은 전력화 시기까지 최대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도입비용도 수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FA-50은 다르다. FA-50은 F-15K나 KF-16보다 가동률이 높고, 탑재된 전자장비 성능도 KF-16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사거리가 짧은 무장만 장착할 수 있어 전투에 제약이 많다. 성능이 검증된 FA-50의 ‘펀치력’을 지금보다 높이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체계통합과 감항인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적다. 해외 방산시장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개발한 JF-17 같은 저가 전투기와의 경쟁 구도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우선 장거리 지상타격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독일의 타우러스시스템스가 개발중인 타우러스 KEPD 350K-2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이 운용중인 타우러스 미사일의 무게와 길이를 줄인 타우러스 KEPD 350K-2는 400㎞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 F-15K가 북한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 타격에 집중하면, FA-50은 북한 특수부대 집결지 등 비대칭 표적을 북한군 방공망 밖에서 무력화할 수 있다.
사거리가 10㎞ 미만인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대신 최대 사거리가 60㎞에 달하는 영국제 아스람(ASRAAM)을 탑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FA-50에 탑재된 레이더는 최대 100㎞ 떨어진 적 항공기를 탐지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아스람 운용이 가능하다.
유인기와 무인기의 복합 운용 시대를 앞두고 공군의 전력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했지만, 전력 구조나 운영방식이 냉전 시절에 머물러 있다면 F-35A를 100대 도입해도 무용지물이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 스텔스 전투기 숫자가 적은 나라는 스텔스 전투기가 제공권 장악을 맡으며, 다른 전투기는 공대지 능력을 추가한다. 영국은 F-35A에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아스람 미사일을 장착, 운용하고 있다. 타이푼 전투기에는 타우러스와 유사한 스톰 섀도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탑재된다.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140여대의 F-35를 운용할 여력이 없다. 추가도입이 실현되어도 운용 규모는 60대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상공격능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공군의 가장 큰 임무는 영공을 방어하고 지상군이 적 공군의 위협 없이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F-35A는 이와 같은 임무에 적합한 전투기다. 5세대 첨단 전자장비를 사용해 향후 무인기와의 합동작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 F-35A가 공중작전 및 무인기 통제를 맡고, 다른 기종들은 장거리 정밀타격이나 지상군 근접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용개념을 재편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전력증강 효과를 얻게 된다. 장거리 타격능력 강화를 비롯한 공군 전력 혁신 방안을 군 당국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